[오프라인 마케팅 트렌드]OTT 만능 시대, 영화관의 오프라인 생존법

2026-09-15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간 게 언제인가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주말에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할 때면 쉽게 영화관을 찾았죠. 기다리던 작품이 개봉하면 별다른 고민 없이 예매부터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도 극장에 가기보다 OTT 공개를 기다리는 일이 더 자연스러워졌죠. 굳이 시간을 내 영화관까지 가지 않아도 볼 방법이 많아졌으니까요.

2026년 극장 흥행작 3편의 스틸 모음. 왼쪽은 갓과 한복 차림의 두 인물이 초가집 앞에 선 〈왕과 사는 남자〉, 오른쪽 위는 투구를 쓴 병사들이 숲을 행군하는 〈오디세이〉, 오른쪽 아래는 스파이더맨 마스크에 도시 야경과 여성이 비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SHOWBOX(좌측) | ©UNIVERSAL PICTURES(우상단) | ©SONY PICTURES(우하단)

물론 최근 극장가에 다시 활기가 도는 것도 사실이에요.
<왕과 사는 남자> 같은 천만 영화가 등장했고, <오디세이>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처럼 “이건 극장에서 봐야지” 싶은 기대작도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죠.

상반기 극장 매출 추이 막대그래프. 2021년 3,007억 원에서 2026년 상반기 8,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5,790억 원 대비 41.9% 증가

©스위트스팟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실제로 2026년 상반기 전체 극장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1.9%, 관객 수는 34.2% 늘었어요. 특히 한국 영화 매출은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의 94.2% 수준까지 회복했고요.

숫자만 보면 극장가가 빠르게 살아나는 듯해요.

연간 극장 관객 수 막대그래프. 2019년 약 2억 2천 6백만 명에서 2025년 약 1억 6백만 명으로 감소, 2024년 대비 13.8% 하락

©스위트스팟

최근 흥행작 덕분에 매출은 반등하고 있지만, 2025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억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에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2억 2천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았으니, 예전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꽤 있죠.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요즘 영화관들이 관객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에요. 

이들이 내놓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보여요.

영화만 내세우는 대신 관람 방식을 바꾸고, 스크린의 쓰임을 넓히고, 나아가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새롭게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그 변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차례로 살펴볼게요.


영화를 '다르게' 보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특별 상영이에요.

특별 상영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에요. 다만 예전에는 단순한 초청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영화를 보는 행위까지 콘텐츠의 일부로 만드는 시도가 눈에 띄어요.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 관객들이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는 영화 〈롱 워크〉 특별 상영회 현장. 참가자들은 영화 로고가 박힌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영화 <롱 워크> 트레이드밀 상영회 현장 | ©Lionsgate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롱 워크>예요.

원작의 설정을 본뜬 특별 상영회에서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러닝머신 위를 걸어야 했어요.

기준 속도는 시속 3마일, 약 4.8km/h였고요. 이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상영관에서 퇴장해야 했죠. 관객은 화면 속 인물처럼 계속 걸어야 했어요.

영화를 ‘보는’ 일을 몸으로 ‘체험’하게 만든 거죠.

한편, 영화 한 편의 경험을 상영과 함께 끝내지 않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감독이나 배우를 만나는 GV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영 뒤 해설과 대화를 더해 작품을 더 오래, 깊이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죠.

영화관은 ‘시간’으로 운영되는 공간 사업이에요. 같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영화를 상영하느냐가 수익을 좌우하죠.그런 점에서 관람 시간을 늘리는 시도는 꽤 과감한 선택으로 보여요.

CGV 상영 정보 화면 캡처. ‘[벨라 타르 기획전] 사탄탱고(이동진의 언택트톡)’ 9월 12일 토요일 10:00부터 20:04까지, 10시간 4분 상영

러닝타임이 10시간 4분인 영화 <사탄탱고> 언택트톡 상영회 | ©CGV

대표적으로 이동진 평론가의 ‘언택트톡’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해설 영상을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에요.

최근 열린 <사탄탱고> 언택트톡은 7시간 19분의 본편에 1시간 55분짜리 해설과 인터미션까지 더해졌어요.

관객이 극장에서 10시간 넘게 머무는 구성으로 큰 관심을 끌었죠.

영화 〈호프〉 거장 릴레이 GV 현장. 스크린 앞 무대에 앉은 두 감독이 마이크를 들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익스트림무비 'NeoSun'

한편 나홍진 감독의 흥행작 <호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영화 한 편을 둘러싼 경험을 넓혔어요.

2026년 7월 개봉을 전후해 이창동, 봉준호, 장재현 감독이 차례로 참여하는 거장 릴레이 GV를 열었거든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인 만큼, 같은 영화를 바라보는 여러 창작자의 시선과 이야기를 이어서 만날 수 있게 한 거죠.

이 프로그램은 기대에 부응하듯 티켓이 오픈되자 예매가 빠르게 마감됐죠.

 

<롱 워크>가 관람 행위 자체를 바꿨다면, 언택트톡과 GV는 상영 뒤의 시간과 해석을 넓혀요.

이제 특별 상영과 GV는 영화에 따라붙는 부가 행사를 넘어, 그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어요.

극장들은 먼저 관객이 영화를 보는 ‘방식’부터 바꾸기 시작한 거예요.

영화가 '아닌 것'을 함께 보기

변화는 영화를 보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아요. 영화관의 핵심인 스크린도 조금씩 다른 역할을 맡기 시작했어요.

먼저 같은 영화라도 더 좋은 화면과 사운드로 보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내는 관객이 늘고 있어요. 2026년 상반기 특수 상영 매출은 45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3% 증가했죠. IMAX나 SCREENX 같은 특별관이 극장만의 관람 경험을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는 뜻이에요.

이에 힘입어 스크린에 올라가는 콘텐츠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콘서트 실황이나 스포츠 중계와 같은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편성해 하나의 관람 상품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더 뚜렷해졌어요.

2026년 KBO 정규 시즌에는 매주 일요일 주요 경기가 CGV에서 생중계됐고, 7월 올스타전도 전국 약 30개 극장에서 상영됐어요. 9월에는 LCK 플레이오프부터 결승 진출전과 결승전까지 극장 생중계 라인업에 포함됐고요.

 

이쯤 되면 영화관의 스크린을 더 이상 영화만 상영하는 장치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영화를 볼 때는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관람의 질을 높이지만, 스포츠나 e스포츠를 볼 때는 함께할수록 커지는 현장감을 담아낼 수 있죠.

영화관은 이제 스크린에 무엇을 올릴지만 고민하지 않아요.

'그 스크린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게 할지'까지 고민의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활용하기

기존 영화관에서 관객의 동선은 단순해요. 티켓을 발권하고 팝콘을 산 뒤 상영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죠. 영화가 끝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스크린을 넘어 영화관 전체를 체험의 무대로 활용하는 콘텐츠도 등장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롯데컬처웍스는 영화관을 활용한 방탈출과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요.

그중 최근 공개된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는 영화 <군체>의 세계관을 극장 안으로 그대로 옮긴 콘텐츠예요.

직접 체험해 보니 그 차이가 더 분명했어요.

극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돼요. 로비에는 영화 속 인물처럼 행동하는 배우들이 일반 관객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요. 각자 맡은 캐릭터에 몰입한 채 말을 걸고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데, 연기가 꽤 실감 나요. 한동안은 이들이 배우인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헷갈릴 정도였죠.

상영관 스크린에 띄운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 공연 안내 수칙. 안전 주의, 휴대폰 촬영 금지, 자막안경 착용, 좀비가 되면 좀비실로 이동 등 7가지 항목이 픽토그램과 함께 안내돼 있다

©스위트스팟

참가자들은 상영관을 배정받은 뒤 원하는 자리에 앉아요.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르지 않죠.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돼요. 그런데 영화 <군체>의 초반부가 흐르다가 갑자기 화면이 바뀌어요. 조금 전 내가 지나온 바로 그 극장 로비가 화면에 등장하죠. 익숙했던 공간이 좀비로 가득 차는 장면이 펼쳐지고요. 화면 속 인물이 상영관 문을 여는 순간, 실제 상영관의 문도 함께 열려요.

 

이때부터는 더 이상 영화를 ‘보는’ 일이 아니에요. 

생화학 테러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가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하죠. 관객은 극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마주하고 배우들과 함께 움직여요. 누구를 믿을지, 어느 편에 설지, 어디로 움직일지 계속 판단해야 하고요.

스크린 속 세계를 바라보는 제3자가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는 거예요.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의 선택에 따라 결말도 달라져요. 좀비가 이겼는지, 인간이 살아남았는지에 따라 별도로 제작된 영상을 상영관에서 함께 보며 체험을 마무리하죠. 극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하나의 영화같은 이야기로 이어지는 셈이에요.

영화관 로비 단상 위에 일렬로 선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 배우들. 피 묻은 가운과 평상복 차림으로 보랏빛 조명 아래 일제히 고개를 젖히고 있다

©스위트스팟

그래서 이 콘텐츠에서 영화관은 단순한 상영 장소가 아니에요.
스크린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상영관은 로비와 통로, 출입문, 객석까지 그 이야기가 현실로 이어지는 무대가 돼요.


영화관이 발견한 ‘공간의 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와 영화관은 거의 한 세트였어요. 영화를 보려면 극장에 가야 했고, 극장에 가는 이유도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어요. OTT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도 여기에 있죠. 그러니 영화관에는 ‘영화를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새로운 방문 이유가 필요해졌어요.

 

결국 영화관이 다시 발견하는 건 새로운 '영화'가 아니라,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사람에게 무엇을 하게 할 수 있는지인지도 몰라요. 즉, 영화관이 찾는 답은 그 공간에 직접 와야만 완성되는 '경험'에 가깝죠.


결국, ‘왜 오프라인이어야 하는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가요.

“왜 이걸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해야 하지?”

이 질문은 영화관에만 해당하지 않아요.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정보를 찾고, 구매와 사용법 확인까지 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 때도 같은 질문이 따라와요.

 

온라인과 같은 정보를 조금 더 예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요. 제품을 직접 만져 보게 하는 일도 이제는 꽤 익숙하고요.

그래서 오프라인을 기획할 때는 ‘무엇을 보여줄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해요.

이 공간에 온 사람에게 무엇을 하게 할까?
무엇을 느끼고,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공유하게 할까?

결국 오프라인의 경쟁력은 공간의 크기나 화려한 장치에만 있지 않아요. 그곳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느냐에 더 가까워요. 온라인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끝날 일을, 오프라인에서는 머물고 움직이며 관계를 맺는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 거죠.

영화관이 지금 찾는 것도 바로 이런 변화일 거예요. 더 많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왔기 때문에 콘텐츠를 다르게 경험하는 공간으로의 성장. 즉, 중요한 건 무엇을 가져다 놓을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가능하게 할지예요.

🤔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우리가 만든 공간까지 와야 할까요?

그 답을 만드는 일이 오프라인 경험 설계의 시작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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