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화려한 야경과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도시, 상하이에 다녀왔는데요. 사실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야경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면 충분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이었거든요. 하지만 처음 마주한 상하이는 압도적인 강렬함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거리 곳곳을 채운 거대한 인터랙티브 광고판, 브랜드의 정체성을 통째로 입힌 독특한 매장 외관, 그리고 시선을 단숨에 빼앗는 다채로운 조형물들까지 길을 걷는 내내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단순히 '크다'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한, 고객의 시선을 촘촘하게 묶어두는 대륙 특유의 '공간 기획력'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단순한 여행 후기가 아닌, 마케터의 시선에서 기록한 '상하이 리테일 출장 기록'을 풀어보려 합니다. 브랜드가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고객을 자신들만의 세계관 속에 어떻게 가두는지(?) 거리를 곳곳을 누비며 가득 채워온 영감들을 아낌없이 공유해 드릴게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상하이의 감각적인 리테일 투어를 시작해 보실까요? 🧳
🍫 20분 만에 달콤함에 빠져들게 한 M&M WORLD

난징동루 초입에 위치한 M&M WORLD는 아시아 최초의 M&M’s 플래그십 스토어로, 연간 4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는 상하이 대표 명소예요. 사실 1층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실망감이 컸는데요. 의류부터 식기, 초콜릿 디스펜서까지 귀엽고 재치있는 제품은 다양했지만 여느 브랜드 기념품숍과 크게 다를 게 없었거든요. ‘어디서든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라는 의구심과 함께 흥미도 빠르게 떨어졌고요.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생각이 180도 바뀌었어요. 공간의 밀도 자체가 완전히 달랐거든요. 중앙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가보니 m&m 초콜릿을 무료로 주고 있었는데요. 달콤한 초콜릿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여기저기 구경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빨리 구경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급해진 발걸음도 어느새 여유로워졌어요. 한쪽에서는 각양각색의 M&M을 직접 담아 그램당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고 키오스크에서는 고객이 선택한 사진을 초콜릿에 직접 각인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했죠. 평범한 기념품 숍일 뻔했던 공간이 '개인화된 체험'들과 만나 특별한 장소로 다가오면서, 머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졌습니다.

또한 공간의 디테일도 남달랐어요. 전등 갓부터 벽지 패턴까지 온통 M&M으로 도배된 공간은 입구에서부터 브랜드 테마파크에 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거든요. 특히 매대 사이의 간격을 여유롭게 확보하고 제품을 360도로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느 각도에서든 굿즈를 구경하고 손을 뻗을 수 있게 설계한 동선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세밀한 장치로 느껴졌죠. 처음엔 "귀엽네" 정도로 거리를 두며 공간을 소극적으로 훑어보았는데, 불과 20분 만에 다양한 체험에 매료되어 "기념품으로 몇 개 사가볼까?"라고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이러한 경험은 상하이 곳곳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놓았어요.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사람을 얼마나 빠르게 설득할 수 있는지를 직접 체감한 순간이었거든요.
🎲 상하이의 IP 비즈니스: 팝마트 vs 미니소

중국의 IP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단연 팝마트와 미니소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캐릭터를 팔지만, 공간을 활용해 고객의 지갑을 여는 전략이 달라서 나란히 보면 꽤 흥미로워요. 먼저 팝마트는 작년 라부부 인기로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아트토이 브랜드예요. 현대 중국의 트렌디한 서브컬처와 인기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 상하이 필수 방문 코스로 통하고 있죠.

난징동루 중심 코너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팝마트 매장은 외관부터 압도적인데요. 미래지향적인 우주선 테마와 거대한 'Space Molly' 조형물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든 이의 시선을 강탈할 정도거든요. 내부 또한 아치형 금속 구조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수천 개의 피규어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어 IP 성지다운 면모를 뽐내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고 압도적이긴 했지만, 솔직히 사람과 상품으로 가득 찬 공간이라 피규어를 천천히 구경하고 구매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오히려 팝마트다운 연출이기도 하더라고요. 매장 곳곳에서 직원들이 연신 ‘히든 피규어 나왔어요!’📢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분위기를 고조시키자, 장내는 순식간에 묘한 긴장감과 활기로 가득 찼거든요.

팝마트의 핵심 모델은 블라인드박스인데, 히든 피규어의 당첨 확률이 1% 미만인 경우도 있어서 랜덤성과 희소성이 동시에 작동하며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예요. 여기서 "히든 나왔어요!"라는 외침은 카지노 슬롯머신이 효과음을 내며 사람들의 베팅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주변 고객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일종의 연출인 거죠.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강력한 '팬덤 체험'을 선사하는 팝마트는, 공식 스토어 외에도 로보샵이라는 무인 자판기를 운영하며 영리한 확장 전략도 펼치고 있어요. 화려한 플래그십 스토어로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접근성 좋은 무인 채널로 구매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시장의 반응을 저비용으로 테스트하는 '투트랙 전략'을 아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면 미니소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요. 무려 2천 평 규모의 '미니소랜드' 상하이점은 입구부터 핑크와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마치 디즈니랜드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거든요. 놀이공원을 테마로 꾸며진 외관은 물론, 바이킹이나 회전목마를 형상화한 매대에 상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 쇼핑을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게끔 만들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시각적 일관성이었는데요.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제품들과 공간이 뿜어내는 무드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다 보니, 브랜드가 하나의 색감과 무드로 강하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미니소의 진정한 무기는 압도적인 물량과 파트너십에 있습니다. 산리오, 디즈니, 포켓몬 등 100여 개 글로벌 IP와 맺은 파트너십을 공간 전체에 쏟아부었거든요. 1층 인형부터 3층 향수와 특별 전시까지, 빈틈없이 꽉 채워진 디스플레이는 고객으로 하여금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쯤은 무조건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듯 했죠. 브랜드가 가진 IP 경쟁력을 별다른 설명 없이 공간 그 자체로 증명해 보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미니소는 인구 수·연령대·소비 성향까지 고려해 매장 포맷을 7개 유형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상하이에 위치한 미니소랜드는 그중 최상위 버전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출점해 미니소의 브랜드 비전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고요.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조용히 철수했던 미니소가 최근 혜화역 인근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점도 예사롭지 않은데요. 상하이에서 보여준 이 치밀한 공간 전략이 국내 시장의 까다로운 취향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네요.
🚢 루이비통이 보여주는 헤리티지의 시각화

화려한 난징동루를 지나 유럽풍의 세련된 신천지에 도착하면 리테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루이비통 더 루이스를 만날 수 있어요. 이 공간이야말로 고객 경험 설계의 교과서라고 느꼈는데요. 건축가 시게마츠 쇼헤이가 설계한 이 건물은 루이비통의 뿌리인 ‘해양용 트렁크'와 항구 도시 상하이의 정체성을 결합해 거대한 선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웅장한 선체 내부로 발을 들이는 순간, 브랜드의 170년 역사를 유영하는 본격적인 탐험이 시작돼요. LED로 가득 채워진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 그 위에 설치된 캔버스 트렁크 아치형 터널을 지나면 루이비통의 초기 창작물과 역사를 순차적으로 관람할 수 있어요. 이후 트렁크부터 백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계보와 그 진화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향수 섹션으로 이어지며 시각적인 것에서 후각적인 것으로 자연스럽게 감각이 이동하게 되죠.

중간쯤 마련된 공방 콘셉트의 공간에서는 파리에서 파견된 장인들이 제품을 실제로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요. 1903년경 아니에르 공방의 사진 자료와 당시 장인의 도구들이 오브제로 함께 전시된 이곳에서 고객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내뿜는 장인 정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다른 한쪽에선 루이즈(Louise)라는 이름의 로봇이 가방 손잡이를 수천 번 들어 올리는 내구성 테스트를 보여주며 장인 정신과 예술, 공학을 아우르는 루이비통을 보여주죠.
전시와 체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경외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동선은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연결됩니다. 여기에 LV 로고 커피, 디저트, 파스타, 스테이크 등 브랜드의 감각과 무드를 미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갖춰진 하나의 이야기 같았어요.

이런 방식은 루이비통만의 일이 아니에요. 수년간 중국 시장에 의존해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온 럭셔리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고 있거든요. 디올은 작년 초 청두에 카페 콘셉트의 매장을 오픈했고, 프라다는 상하이의 롱자이 문화 공간에 왕가위 감독이 디자인한 레스토랑을 열었어요. 티파니는 상하이 시내 대형 매장은 축소했지만, 청두에는 3층 규모의 새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요.
소비자와 멀어질수록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강조하고, 공간을 통해 그것을 직접 체감하게 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모이고 있는 거예요.
🏊 100년의 시간 위에 트렌드를 입힌 콜롬비아 서클

상하이에서 느낀 또 하나의 인상적인 점은, 화려한 고층 빌딩들 사이사이에 오랜 시간을 품은 건물들이 의외로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건물들이 우리나라의 고궁처럼 '보존되는 공간'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 시대에 맞게 활발히 기능하는 공간으로 살아 있다는 게 달랐어요.
그중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가 가장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이 바로 콜롬비아 서클입니다. 1924년에 개발된 서구인 전용 고급 주거·사교 단지로, 100년 가까이 외부에 개방되지 않았던 은밀한 공간이었는데요. 그러다 2018년 문화복합예술공간으로 재개방되며 2022년 기준 월평균 방문객 18만 명에 재방문 횟수 3.2회를 기록하는 등 내국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콜롬비아 서클 내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스팟은 단연 에메랄드빛 야외 수영장입니다. 지금은 수영장으로 기능하진 않지만, 그 주변을 카페와 편집숍이 감싸 안으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요. 전면 철거 후 신축하는 방식도, 유물처럼 박제하는 방식도 아닌 흘러온 시간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내부에 이식하는 제3의 재생 방식을 택한 거죠. 이곳에 입점한 츠타야 서점도 1925년에 지어진 컨트리클럽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요.
오래된 건물의 골조와 창문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트렌디한 현대적인 콘텐츠를 스며들게 한 모습은, 공간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헤리티지와 오늘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게 했어요. 기존 건축물이 가진 '시간의 언어'를 유지하며 현대적인 기능을 수혈할 때, 공간의 헤리티지는 그 어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강력한 마케팅 툴이 돼요. 사람들이 결국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공간'이라는 점을 콜롬비아 서클이 증명했습니다.
상하이에서 마주한 공간들은 하나같이 상품 그 이상의 서사를 말하고 있었어요. 20분 만에 냉담한 방문객을 팬으로 만드는 디테일부터, 100년 전 수영장에서 현재의 문화를 소비하게 만드는 노련함, 하나의 공간을 체험하고 나오면 브랜드의 무드와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까지. 중국의 리테일은 더 이상 모방이 아닌, 공간을 통한 세계관 구축의 정점에 서 있었어요.
온라인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독보적인 가치는 결국 공간의 밀도에서 나옵니다. 이번 상하이 출장 보고서가 여러분의 기획에 작은 불씨가 되었길 바라며 다음 주에도 더 알찬 인사이트로 찾아올게요.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
얼마 전, 화려한 야경과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도시, 상하이에 다녀왔는데요. 사실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야경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면 충분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이었거든요. 하지만 처음 마주한 상하이는 압도적인 강렬함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거리 곳곳을 채운 거대한 인터랙티브 광고판, 브랜드의 정체성을 통째로 입힌 독특한 매장 외관, 그리고 시선을 단숨에 빼앗는 다채로운 조형물들까지 길을 걷는 내내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는데요. 단순히 '크다'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한, 고객의 시선을 촘촘하게 묶어두는 대륙 특유의 '공간 기획력'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단순한 여행 후기가 아닌, 마케터의 시선에서 기록한 '상하이 리테일 출장 기록'을 풀어보려 합니다. 브랜드가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고객을 자신들만의 세계관 속에 어떻게 가두는지(?) 거리를 곳곳을 누비며 가득 채워온 영감들을 아낌없이 공유해 드릴게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상하이의 감각적인 리테일 투어를 시작해 보실까요? 🧳
🍫 20분 만에 달콤함에 빠져들게 한 M&M WORLD
난징동루 초입에 위치한 M&M WORLD는 아시아 최초의 M&M’s 플래그십 스토어로, 연간 4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는 상하이 대표 명소예요. 사실 1층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실망감이 컸는데요. 의류부터 식기, 초콜릿 디스펜서까지 귀엽고 재치있는 제품은 다양했지만 여느 브랜드 기념품숍과 크게 다를 게 없었거든요. ‘어디서든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라는 의구심과 함께 흥미도 빠르게 떨어졌고요.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생각이 180도 바뀌었어요. 공간의 밀도 자체가 완전히 달랐거든요. 중앙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가보니 m&m 초콜릿을 무료로 주고 있었는데요. 달콤한 초콜릿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여기저기 구경하니 긴장이 풀리면서 빨리 구경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급해진 발걸음도 어느새 여유로워졌어요. 한쪽에서는 각양각색의 M&M을 직접 담아 그램당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고 키오스크에서는 고객이 선택한 사진을 초콜릿에 직접 각인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했죠. 평범한 기념품 숍일 뻔했던 공간이 '개인화된 체험'들과 만나 특별한 장소로 다가오면서, 머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졌습니다.
또한 공간의 디테일도 남달랐어요. 전등 갓부터 벽지 패턴까지 온통 M&M으로 도배된 공간은 입구에서부터 브랜드 테마파크에 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거든요. 특히 매대 사이의 간격을 여유롭게 확보하고 제품을 360도로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느 각도에서든 굿즈를 구경하고 손을 뻗을 수 있게 설계한 동선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세밀한 장치로 느껴졌죠. 처음엔 "귀엽네" 정도로 거리를 두며 공간을 소극적으로 훑어보았는데, 불과 20분 만에 다양한 체험에 매료되어 "기념품으로 몇 개 사가볼까?"라고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이러한 경험은 상하이 곳곳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놓았어요.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사람을 얼마나 빠르게 설득할 수 있는지를 직접 체감한 순간이었거든요.
🎲 상하이의 IP 비즈니스: 팝마트 vs 미니소
중국의 IP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단연 팝마트와 미니소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캐릭터를 팔지만, 공간을 활용해 고객의 지갑을 여는 전략이 달라서 나란히 보면 꽤 흥미로워요. 먼저 팝마트는 작년 라부부 인기로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아트토이 브랜드예요. 현대 중국의 트렌디한 서브컬처와 인기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 상하이 필수 방문 코스로 통하고 있죠.
난징동루 중심 코너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팝마트 매장은 외관부터 압도적인데요. 미래지향적인 우주선 테마와 거대한 'Space Molly' 조형물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든 이의 시선을 강탈할 정도거든요. 내부 또한 아치형 금속 구조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수천 개의 피규어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어 IP 성지다운 면모를 뽐내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고 압도적이긴 했지만, 솔직히 사람과 상품으로 가득 찬 공간이라 피규어를 천천히 구경하고 구매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오히려 팝마트다운 연출이기도 하더라고요. 매장 곳곳에서 직원들이 연신 ‘히든 피규어 나왔어요!’📢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분위기를 고조시키자, 장내는 순식간에 묘한 긴장감과 활기로 가득 찼거든요.
팝마트의 핵심 모델은 블라인드박스인데, 히든 피규어의 당첨 확률이 1% 미만인 경우도 있어서 랜덤성과 희소성이 동시에 작동하며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예요. 여기서 "히든 나왔어요!"라는 외침은 카지노 슬롯머신이 효과음을 내며 사람들의 베팅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주변 고객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일종의 연출인 거죠.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강력한 '팬덤 체험'을 선사하는 팝마트는, 공식 스토어 외에도 로보샵이라는 무인 자판기를 운영하며 영리한 확장 전략도 펼치고 있어요. 화려한 플래그십 스토어로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접근성 좋은 무인 채널로 구매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시장의 반응을 저비용으로 테스트하는 '투트랙 전략'을 아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면 미니소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요. 무려 2천 평 규모의 '미니소랜드' 상하이점은 입구부터 핑크와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며, 마치 디즈니랜드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거든요. 놀이공원을 테마로 꾸며진 외관은 물론, 바이킹이나 회전목마를 형상화한 매대에 상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 쇼핑을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게끔 만들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시각적 일관성이었는데요.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제품들과 공간이 뿜어내는 무드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다 보니, 브랜드가 하나의 색감과 무드로 강하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미니소의 진정한 무기는 압도적인 물량과 파트너십에 있습니다. 산리오, 디즈니, 포켓몬 등 100여 개 글로벌 IP와 맺은 파트너십을 공간 전체에 쏟아부었거든요. 1층 인형부터 3층 향수와 특별 전시까지, 빈틈없이 꽉 채워진 디스플레이는 고객으로 하여금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하나쯤은 무조건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듯 했죠. 브랜드가 가진 IP 경쟁력을 별다른 설명 없이 공간 그 자체로 증명해 보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미니소는 인구 수·연령대·소비 성향까지 고려해 매장 포맷을 7개 유형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상하이에 위치한 미니소랜드는 그중 최상위 버전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출점해 미니소의 브랜드 비전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고요. 2021년 한국 시장에서 조용히 철수했던 미니소가 최근 혜화역 인근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점도 예사롭지 않은데요. 상하이에서 보여준 이 치밀한 공간 전략이 국내 시장의 까다로운 취향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네요.
🚢 루이비통이 보여주는 헤리티지의 시각화
화려한 난징동루를 지나 유럽풍의 세련된 신천지에 도착하면 리테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루이비통 더 루이스를 만날 수 있어요. 이 공간이야말로 고객 경험 설계의 교과서라고 느꼈는데요. 건축가 시게마츠 쇼헤이가 설계한 이 건물은 루이비통의 뿌리인 ‘해양용 트렁크'와 항구 도시 상하이의 정체성을 결합해 거대한 선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웅장한 선체 내부로 발을 들이는 순간, 브랜드의 170년 역사를 유영하는 본격적인 탐험이 시작돼요. LED로 가득 채워진 바다 풍경이 펼쳐지고, 그 위에 설치된 캔버스 트렁크 아치형 터널을 지나면 루이비통의 초기 창작물과 역사를 순차적으로 관람할 수 있어요. 이후 트렁크부터 백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계보와 그 진화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향수 섹션으로 이어지며 시각적인 것에서 후각적인 것으로 자연스럽게 감각이 이동하게 되죠.
중간쯤 마련된 공방 콘셉트의 공간에서는 파리에서 파견된 장인들이 제품을 실제로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요. 1903년경 아니에르 공방의 사진 자료와 당시 장인의 도구들이 오브제로 함께 전시된 이곳에서 고객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내뿜는 장인 정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다른 한쪽에선 루이즈(Louise)라는 이름의 로봇이 가방 손잡이를 수천 번 들어 올리는 내구성 테스트를 보여주며 장인 정신과 예술, 공학을 아우르는 루이비통을 보여주죠.
전시와 체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경외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동선은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연결됩니다. 여기에 LV 로고 커피, 디저트, 파스타, 스테이크 등 브랜드의 감각과 무드를 미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갖춰진 하나의 이야기 같았어요.
이런 방식은 루이비통만의 일이 아니에요. 수년간 중국 시장에 의존해 글로벌 성장을 이끌어온 럭셔리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고 있거든요. 디올은 작년 초 청두에 카페 콘셉트의 매장을 오픈했고, 프라다는 상하이의 롱자이 문화 공간에 왕가위 감독이 디자인한 레스토랑을 열었어요. 티파니는 상하이 시내 대형 매장은 축소했지만, 청두에는 3층 규모의 새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요.
소비자와 멀어질수록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강조하고, 공간을 통해 그것을 직접 체감하게 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모이고 있는 거예요.
🏊 100년의 시간 위에 트렌드를 입힌 콜롬비아 서클
상하이에서 느낀 또 하나의 인상적인 점은, 화려한 고층 빌딩들 사이사이에 오랜 시간을 품은 건물들이 의외로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건물들이 우리나라의 고궁처럼 '보존되는 공간'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지금 시대에 맞게 활발히 기능하는 공간으로 살아 있다는 게 달랐어요.
그중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가 가장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이 바로 콜롬비아 서클입니다. 1924년에 개발된 서구인 전용 고급 주거·사교 단지로, 100년 가까이 외부에 개방되지 않았던 은밀한 공간이었는데요. 그러다 2018년 문화복합예술공간으로 재개방되며 2022년 기준 월평균 방문객 18만 명에 재방문 횟수 3.2회를 기록하는 등 내국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죠.
콜롬비아 서클 내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스팟은 단연 에메랄드빛 야외 수영장입니다. 지금은 수영장으로 기능하진 않지만, 그 주변을 카페와 편집숍이 감싸 안으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요. 전면 철거 후 신축하는 방식도, 유물처럼 박제하는 방식도 아닌 흘러온 시간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기능을 내부에 이식하는 제3의 재생 방식을 택한 거죠. 이곳에 입점한 츠타야 서점도 1925년에 지어진 컨트리클럽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요.
오래된 건물의 골조와 창문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트렌디한 현대적인 콘텐츠를 스며들게 한 모습은, 공간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헤리티지와 오늘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게 했어요. 기존 건축물이 가진 '시간의 언어'를 유지하며 현대적인 기능을 수혈할 때, 공간의 헤리티지는 그 어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강력한 마케팅 툴이 돼요. 사람들이 결국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공간'이라는 점을 콜롬비아 서클이 증명했습니다.
상하이에서 마주한 공간들은 하나같이 상품 그 이상의 서사를 말하고 있었어요. 20분 만에 냉담한 방문객을 팬으로 만드는 디테일부터, 100년 전 수영장에서 현재의 문화를 소비하게 만드는 노련함, 하나의 공간을 체험하고 나오면 브랜드의 무드와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까지. 중국의 리테일은 더 이상 모방이 아닌, 공간을 통한 세계관 구축의 정점에 서 있었어요.
온라인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독보적인 가치는 결국 공간의 밀도에서 나옵니다. 이번 상하이 출장 보고서가 여러분의 기획에 작은 불씨가 되었길 바라며 다음 주에도 더 알찬 인사이트로 찾아올게요.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