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들어가기에 앞서 스위트스팟의 인사이트 오프라인 세션 <SPIN-OFF 26>은 매달 하나의 질문을 정합니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실제 현장에서 고민해온 브랜드를 초대해, 완성된 결과보다 그 답을 찾아온 과정을 직접 듣습니다. |
팝업과 브랜드 공간을 기획하는 실무자라면, ‘잘된 사례’보다 그다음이 더 궁금할 때가 있어요.
왜 이 방식을 택했는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꿨는지, 그리고 한 번의 경험이 어떻게 다음 경험으로 이어졌는지 말이죠.
8월, 스위트스팟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어요.
한 번의 오프라인 경험은 어떻게 다음 경험으로 이어지고, 결국 브랜드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들고 여러 브랜드의 오프라인 활동을 살펴보던 중, 시디즈(SIDIZ)를 알게 됐어요.
매장에서 의자 하나에 앉아보는 시간은 보통 몇 초에 불과하죠.
시디즈는 2022년 7월 논현동에 그 몇 초를 조금 더 늘리기 위한 매장을 열었고, 이후 부산을 거쳐 성수까지 체험형 공간을 확장해왔어요.
그사이 매장 밖에서는 강연 스폰서십과 교육 컨퍼런스, 공장에서 열린 의자레이스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프로젝트들이 이어졌고요.
그래서 이번 SPIN-OFF에서 저희가 더 들여다보고 싶었던 건 지난 4년간 시디즈가 쌓아온 경험의 설계와 그 과정이었어요.
공간을 만드는 것과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은 분명히 다를 텐데,
시디즈는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며 플래그십스토어부터 의자레이스까지 오게 됐을까요.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던 자리가 8월 25일 익선동에서 열린 〈SPIN-OFF 26〉 첫 번째 세션이었어요.
시디즈 워크사업기획팀 이상호 님이 「'앉아보세요' 대신 '머물게' 하는 시디즈의 경험설계법」을 주제로 지난 4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시디즈에게 오프라인이 '선택'이 아니라 '필요'였던 이유
의자는 앉아봐야 아는 제품이에요.
스펙이나 상세페이지만으로는 내 몸에 잘 맞는지, 조절 기능은 편리한지 알기 어렵죠.
실제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어요.
NPS(순고객추천지수) 조사에서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경험한 뒤 구매한 고객은 온라인에서 바로 구매한 고객보다 ‘내 몸에 맞지 않는다’, ‘조절 기능이 어렵다’는 불만이 적었어요.
제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곧 제품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디즈에게 오프라인은 선택이 아니라 필요였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아요.
시디즈가 말하는 ‘앉음’은 무엇일까요?
시디즈는 전 임직원 워크숍을 통해 브랜드가 말하는 ‘앉음’을 다시 정의했어요.
사람들은 앉아서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공부하고, 일하죠.
목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시디즈는 그 모든 활동이 각자의 ‘자기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 거예요.
앉음은 자기다움을 향한 여정이다.
이 정의는 ‘You sit and the journey begins’라는 슬로건으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여기서 시디즈가 의자만 바라보던 시선을 ‘앉음’이라는 경험 전체로 넓혔다는 점이 드러나요.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는 방향도 자연스럽게 열렸죠.
논현 플래그십, 프로토타입으로의 시작
논현 플래그십은 짧게 둘러보고 나오는 기존의 매장 대신, 오래 앉고 직접 조절하며 자신에게 맞는 의자를 찾아가는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직원이 먼저 설명하기보다 고객이 스스로 탐색하도록 했고, 전 좌석에 모션데스크와 태블릿을 놓고 노트와 펜을 두어 앉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했죠.
고객이 의자에 머무를 이유를 만들다
그 결과 평균 체류 시간은 기존 매장 대비 최대 8배까지 늘었어요.
그런데 상호 님은 논현점을 완성형 매장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음 공간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알려준 프로토타입에 가까웠다고 했죠.
대표적인 변화가 커뮤니티룸이에요.
앉음과 관련된 활동을 시디즈가 직접 운영하는 대신,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열어뒀어요.
매장을 ‘판매하는 곳’에서 ‘앉음을 경험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꿔간 거죠.
공간을 넓히자, 필요했던 시디즈만의 기준
2025년 9월 문을 연 성수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어요.
처음부터 외부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설계했고, PUBG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KeSPA의 전시, 토트넘 한국 공식 팬클럽 워치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었죠.
그런데 외부 브랜드와 다양한 활동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질문이 따라와요.
그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
공간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시디즈만의 기준이 필요해졌어요.
시디즈가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을 판단할 때 보는 건 브랜드의 네임밸류,그리고 시디즈의 ‘앉음’ 경험과 연결되는지 여부예요.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도 시디즈 공간에서 무관한 경험만 남긴다면 협업하기 어렵겠죠.
타깃이 넓고 자유도가 높은 만큼, 브랜드의 메시지가 흐려질 위험도 크기 때문이에요.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더 많이 담느냐가 아니라, 시디즈다운 경험을 어떻게 지켜내느냐였어요.
이 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는 세 개의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CASE #1. 세바시
규모를 포기하고 주도권을 가져온 이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팬덤이 시디즈의 ‘자기다움’과 결이 맞았어요.
그래서 ‘앉다, 여정의 시작’이라는 타이틀로 2024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네 차례 공개강연 스폰서십을 운영했죠.
그런데 1회차를 마치고 큰 IP에 기대는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어요.
방송 포맷과 스폰서 노출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려웠고, 기존 강연장에서는 브랜딩을 펼칠 여지도 좁았어요.
연사 선정이나 2차 콘텐츠 활용처럼 브랜드 경험을 좌우하는 부분에서도 주도권을 갖기 어려웠고요.
그래서 2·3회차 강연장을 시디즈 본사 로비로 옮겼어요.
외부 공연홀에서는 매회 300~500명을 초청할 수 있었지만, 자체 공간에서는 100명 정도가 한계였어요.
도달하는 사람의 수를 3분의 1 이하로 줄이는 과감한 선택이었죠.
대신 SNS 이벤트와 브랜딩 아이템, 방문객의 동선까지 직접 설계할 수 있었어요.
여기서 얻은 결론은 분명했어요.
대형 IP에 의존하기보다, 한 층 깊은 브랜드 경험을 만들 독자적인 IP가 필요하다.
다음 프로젝트는 바로 이 판단에서 출발했어요.
CASE #2. 리틀 러너스 랩
메시지의 주인이 바뀌면 언어도 바뀐다
그렇게 만든 자체 IP가 교육 컨퍼런스 리틀 러너스 랩(Little Learners Lab, LLL)이에요.
‘You sit and the journey begins’는 고객 자신이 주체일 때 공감을 얻는 메시지예요.
그런데 아이 의자를 사는 부모에게 관심의 중심은 ‘나’가 아니라 ‘아이’죠.
그래서 같은 관점을 조금 다르게 옮겼어요.
5~10세 자녀를 둔 부모의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컨퍼런스로 설계한 거예요.
준비 과정에서 끝까지 남은 고민은 하나였어요.
제품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제품만 이야기하면 판매 행사처럼 보이고, 아예 빼버리면 시디즈가 이 행사를 여는 이유가 흐려지죠.
그래서 시디즈 연구소의 의자 디자이너이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재영 님이 기조연설에 나섰어요.
아이의 자세를 바라본 경험과 거실에서 함께한 시간이 트레보 개발로 이어진 이야기를 전했죠.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한 거예요.
이어 닥터프렌즈 오진승 원장과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아이의 정서와 배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제품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의 성장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시디즈가 왜 이 자리를 만들었는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됐죠.
행사 후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점, 시디즈의 메시지에 대한 이해와 수긍은 5점이었어요.
홍보성 멘트 없이도 브랜드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CASE #3. 의자레이스
제약이 차별점이 된 이유
러닝 크루 클투(cltoo) 대표가 의자를 타는 영상을 올린 것을 계기로, 사내에 있던 아이디어가 협업으로 발전했어요.
러닝과 하이록스 트렌드를 활용해 T50 2세대 출시를 알리는 행사였죠.
공장이라는 장소는 처음부터 의도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해요.
매끈한 바닥, 여름 안에 진행해야 하는 일정 등 주어진 조건을 하나씩 맞추다 보니 평택 본사 공장이 남았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제약이 차별점이 됐죠.
참가자는 레이스만 경험한 게 아니라 생산 시설과 공장 식사, 제품이 만들어지는 맥락까지 그날 함께 경험했으니까요.
제품 기능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의자를 레이싱 머신으로 만들고, 좌판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T50 2세대의 기능은 ‘튜닝존’에서 직접 만지며 이해하도록 했어요.
스펙을 설명하는 대신 “이게 되네”라고 몸으로 느끼게 한 거죠.
확산도 처음부터 고려했어요.
KPI가 현장 매출이 아니라 사후 콘텐츠와 바이럴이었기 때문에, 신청 순서가 아니라 SNS 활동과 바이럴 가능성을 기준으로 참가자를 선발했어요.
그 결과 참가자 60명 중 30명이 콘텐츠를 만들었고, 순수 리뷰 콘텐츠는 1인 평균 1.5개였어요.
웹 매거진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브랜드를 찾았고, 방송 출연으로도 이어졌죠.
공간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
상호 님은 오프라인을 검토할 때 순서대로 던져야 할 질문을 세 가지로 정리했어요.
| ✅ | 첫째, 왜 오프라인을 하려 하는가. 예산이나 로케이션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건 목적이에요. 공간부터 잡아놓고 무엇을 채울지 고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죠. 목적이 정해지면 KPI와 타깃,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의자레이스에서 콘텐츠를 잘 만드는 참가자를 선발한 것도 목표가 바이럴이었기 때문이고요. |
| ✅ | 둘째, 꼭 오프라인이어야 하는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핵심인 커뮤니티라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모이는 일 자체가 중요해요. 반면 시디즈 공식몰의 매거진 ‘시팅랩’은 한 번의 인식보다 깊이 있는 아티클을 만들고 콘텐츠 자산을 쌓는 것이 중요했기에 온라인이 더 적합했어요. 무엇을 하느냐만큼,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를 따져본 거죠. |
| ✅ | 셋째, 행사가 끝난 뒤에 무엇이 남는가. 의자레이스가 모집 단계부터 확산을 고려했다면, LLL은 행사 이후를 설계했어요. ‘우리 아이 거실 공부 노하우’ PDF를 만들고 행사 스케치와 강연 하이라이트 쇼츠에서 다운로드를 유도했죠. 자료는 스터디 카테고리 프로모션 페이지에서 받도록 해, 후속 콘텐츠가 자료집 다운로드와 프로모션 노출, 제품 구매로 이어지게 했어요. 그 결과 페이지 세션은 1,950%, 직접 구매는 150% 상승했어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질 경험을 미리 설계한 거죠. 이렇게 보면 사후 설계는 단순히 성과를 높이는 장치만은 아니에요. 사전에는 내부를 설득할 명분이 되고, 사후에는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례로 남으니까요. |
마무리를 하며
세 프로젝트에서 시디즈는 제품도, 타깃도, 언어도,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도 다르게 가져갔어요.
그런데 프로젝트가 달라져도 끝까지 지킨 원칙은 있어요.
‘앉음은 자기다움을 향한 여정’이라는 관점.
이는 시디즈의 모든 활동이 브랜드 경험과 연결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상호 님은 시디즈다움이 모든 경험을 똑같이 만드는 데서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어요.
논현은 다음 매장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알려준 조건이 됐고, 세바시 1회차에서 확인한 한계는 자체 IP의 필요로 이어져 리틀 러너스 랩이 됐어요.
LLL은 행사 이후의 트래픽을 설계하는 법을, 의자레이스는 모집 단계부터 확산을 설계하는 법을 남겼고요.
어느 하나도 처음부터 완성형은 아니었어요.
앞선 시도가 남긴 것이 다음 시도의 조건이 됐고, 그렇게 찍은 점들이 하나씩 이어졌죠.
매장을 찾은 방문객, 컨퍼런스에 온 부모, 공장 트랙을 달린 러너까지 만난 사람은 달랐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인상은 하나였어요.
시디즈는 사람들의 ‘앉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브랜드라는 것.
상호 님이 매번 되돌아갔다는 질문을 우리 프로젝트에 옮겨본다면, 아마 여기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금 준비하는 공간은, 무엇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인가요?
| 👋 | 결과보다 그 앞의 과정을 솔직하게 듣는 자리. 스위트스팟의 인사이트 오프라인 세션 <SPIN-OFF 26>은 새로운 질문과 함께 이어집니다. |
들어가기에 앞서
스위트스팟의 인사이트 오프라인 세션 <SPIN-OFF 26>은 매달 하나의 질문을 정합니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실제 현장에서 고민해온 브랜드를 초대해, 완성된 결과보다 그 답을 찾아온 과정을 직접 듣습니다.
팝업과 브랜드 공간을 기획하는 실무자라면, ‘잘된 사례’보다 그다음이 더 궁금할 때가 있어요.
왜 이 방식을 택했는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꿨는지, 그리고 한 번의 경험이 어떻게 다음 경험으로 이어졌는지 말이죠.
8월, 스위트스팟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어요.
이 질문을 들고 여러 브랜드의 오프라인 활동을 살펴보던 중, 시디즈(SIDIZ)를 알게 됐어요.
매장에서 의자 하나에 앉아보는 시간은 보통 몇 초에 불과하죠.
시디즈는 2022년 7월 논현동에 그 몇 초를 조금 더 늘리기 위한 매장을 열었고, 이후 부산을 거쳐 성수까지 체험형 공간을 확장해왔어요.
그사이 매장 밖에서는 강연 스폰서십과 교육 컨퍼런스, 공장에서 열린 의자레이스까지 성격이 전혀 다른 프로젝트들이 이어졌고요.
그래서 이번 SPIN-OFF에서 저희가 더 들여다보고 싶었던 건 지난 4년간 시디즈가 쌓아온 경험의 설계와 그 과정이었어요.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던 자리가 8월 25일 익선동에서 열린 〈SPIN-OFF 26〉 첫 번째 세션이었어요.
시디즈 워크사업기획팀 이상호 님이 「'앉아보세요' 대신 '머물게' 하는 시디즈의 경험설계법」을 주제로 지난 4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시디즈에게 오프라인이 '선택'이 아니라 '필요'였던 이유
의자는 앉아봐야 아는 제품이에요.
스펙이나 상세페이지만으로는 내 몸에 잘 맞는지, 조절 기능은 편리한지 알기 어렵죠.
실제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어요.
NPS(순고객추천지수) 조사에서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경험한 뒤 구매한 고객은 온라인에서 바로 구매한 고객보다 ‘내 몸에 맞지 않는다’, ‘조절 기능이 어렵다’는 불만이 적었어요.
제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곧 제품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디즈에게 오프라인은 선택이 아니라 필요였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아요.
시디즈는 전 임직원 워크숍을 통해 브랜드가 말하는 ‘앉음’을 다시 정의했어요.
사람들은 앉아서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공부하고, 일하죠.
목적은 저마다 다르지만, 시디즈는 그 모든 활동이 각자의 ‘자기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 거예요.
이 정의는 ‘You sit and the journey begins’라는 슬로건으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여기서 시디즈가 의자만 바라보던 시선을 ‘앉음’이라는 경험 전체로 넓혔다는 점이 드러나요.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는 방향도 자연스럽게 열렸죠.
논현 플래그십, 프로토타입으로의 시작
논현 플래그십은 짧게 둘러보고 나오는 기존의 매장 대신, 오래 앉고 직접 조절하며 자신에게 맞는 의자를 찾아가는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직원이 먼저 설명하기보다 고객이 스스로 탐색하도록 했고, 전 좌석에 모션데스크와 태블릿을 놓고 노트와 펜을 두어 앉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했죠.
그 결과 평균 체류 시간은 기존 매장 대비 최대 8배까지 늘었어요.
그런데 상호 님은 논현점을 완성형 매장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음 공간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알려준 프로토타입에 가까웠다고 했죠.
대표적인 변화가 커뮤니티룸이에요.
앉음과 관련된 활동을 시디즈가 직접 운영하는 대신,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열어뒀어요.
매장을 ‘판매하는 곳’에서 ‘앉음을 경험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꿔간 거죠.
공간을 넓히자, 필요했던 시디즈만의 기준
2025년 9월 문을 연 성수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어요.
처음부터 외부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설계했고, PUBG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KeSPA의 전시, 토트넘 한국 공식 팬클럽 워치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었죠.
그런데 외부 브랜드와 다양한 활동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질문이 따라와요.
공간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시디즈만의 기준이 필요해졌어요.
시디즈가 외부 브랜드와의 협업을 판단할 때 보는 건 브랜드의 네임밸류,그리고 시디즈의 ‘앉음’ 경험과 연결되는지 여부예요.
아무리 좋은 브랜드라도 시디즈 공간에서 무관한 경험만 남긴다면 협업하기 어렵겠죠.
타깃이 넓고 자유도가 높은 만큼, 브랜드의 메시지가 흐려질 위험도 크기 때문이에요.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더 많이 담느냐가 아니라, 시디즈다운 경험을 어떻게 지켜내느냐였어요.
이 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는 세 개의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CASE #1. 세바시
규모를 포기하고 주도권을 가져온 이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팬덤이 시디즈의 ‘자기다움’과 결이 맞았어요.
그래서 ‘앉다, 여정의 시작’이라는 타이틀로 2024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네 차례 공개강연 스폰서십을 운영했죠.
그런데 1회차를 마치고 큰 IP에 기대는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어요.
방송 포맷과 스폰서 노출을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려웠고, 기존 강연장에서는 브랜딩을 펼칠 여지도 좁았어요.
연사 선정이나 2차 콘텐츠 활용처럼 브랜드 경험을 좌우하는 부분에서도 주도권을 갖기 어려웠고요.
그래서 2·3회차 강연장을 시디즈 본사 로비로 옮겼어요.
외부 공연홀에서는 매회 300~500명을 초청할 수 있었지만, 자체 공간에서는 100명 정도가 한계였어요.
도달하는 사람의 수를 3분의 1 이하로 줄이는 과감한 선택이었죠.
대신 SNS 이벤트와 브랜딩 아이템, 방문객의 동선까지 직접 설계할 수 있었어요.
여기서 얻은 결론은 분명했어요.
다음 프로젝트는 바로 이 판단에서 출발했어요.
CASE #2. 리틀 러너스 랩
메시지의 주인이 바뀌면 언어도 바뀐다
그렇게 만든 자체 IP가 교육 컨퍼런스 리틀 러너스 랩(Little Learners Lab, LLL)이에요.
‘You sit and the journey begins’는 고객 자신이 주체일 때 공감을 얻는 메시지예요.
그런데 아이 의자를 사는 부모에게 관심의 중심은 ‘나’가 아니라 ‘아이’죠.
그래서 같은 관점을 조금 다르게 옮겼어요.
5~10세 자녀를 둔 부모의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컨퍼런스로 설계한 거예요.
준비 과정에서 끝까지 남은 고민은 하나였어요.
제품만 이야기하면 판매 행사처럼 보이고, 아예 빼버리면 시디즈가 이 행사를 여는 이유가 흐려지죠.
그래서 시디즈 연구소의 의자 디자이너이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재영 님이 기조연설에 나섰어요.
아이의 자세를 바라본 경험과 거실에서 함께한 시간이 트레보 개발로 이어진 이야기를 전했죠.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한 거예요.
이어 닥터프렌즈 오진승 원장과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아이의 정서와 배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제품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의 성장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시디즈가 왜 이 자리를 만들었는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됐죠.
행사 후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점, 시디즈의 메시지에 대한 이해와 수긍은 5점이었어요.
홍보성 멘트 없이도 브랜드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CASE #3. 의자레이스
제약이 차별점이 된 이유
러닝 크루 클투(cltoo) 대표가 의자를 타는 영상을 올린 것을 계기로, 사내에 있던 아이디어가 협업으로 발전했어요.
러닝과 하이록스 트렌드를 활용해 T50 2세대 출시를 알리는 행사였죠.
공장이라는 장소는 처음부터 의도한 선택이 아니었다고 해요.
매끈한 바닥, 여름 안에 진행해야 하는 일정 등 주어진 조건을 하나씩 맞추다 보니 평택 본사 공장이 남았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제약이 차별점이 됐죠.
참가자는 레이스만 경험한 게 아니라 생산 시설과 공장 식사, 제품이 만들어지는 맥락까지 그날 함께 경험했으니까요.
제품 기능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의자를 레이싱 머신으로 만들고, 좌판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T50 2세대의 기능은 ‘튜닝존’에서 직접 만지며 이해하도록 했어요.
스펙을 설명하는 대신 “이게 되네”라고 몸으로 느끼게 한 거죠.
확산도 처음부터 고려했어요.
KPI가 현장 매출이 아니라 사후 콘텐츠와 바이럴이었기 때문에, 신청 순서가 아니라 SNS 활동과 바이럴 가능성을 기준으로 참가자를 선발했어요.
그 결과 참가자 60명 중 30명이 콘텐츠를 만들었고, 순수 리뷰 콘텐츠는 1인 평균 1.5개였어요.
웹 매거진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브랜드를 찾았고, 방송 출연으로도 이어졌죠.
공간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
상호 님은 오프라인을 검토할 때 순서대로 던져야 할 질문을 세 가지로 정리했어요.
첫째, 왜 오프라인을 하려 하는가.
예산이나 로케이션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건 목적이에요.
공간부터 잡아놓고 무엇을 채울지 고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죠.
목적이 정해지면 KPI와 타깃,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의자레이스에서 콘텐츠를 잘 만드는 참가자를 선발한 것도 목표가 바이럴이었기 때문이고요.
둘째, 꼭 오프라인이어야 하는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핵심인 커뮤니티라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모이는 일 자체가 중요해요.
반면 시디즈 공식몰의 매거진 ‘시팅랩’은 한 번의 인식보다 깊이 있는 아티클을 만들고 콘텐츠 자산을 쌓는 것이 중요했기에 온라인이 더 적합했어요.
무엇을 하느냐만큼,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를 따져본 거죠.
셋째, 행사가 끝난 뒤에 무엇이 남는가.
의자레이스가 모집 단계부터 확산을 고려했다면, LLL은 행사 이후를 설계했어요.
‘우리 아이 거실 공부 노하우’ PDF를 만들고 행사 스케치와 강연 하이라이트 쇼츠에서 다운로드를 유도했죠.
자료는 스터디 카테고리 프로모션 페이지에서 받도록 해, 후속 콘텐츠가 자료집 다운로드와 프로모션 노출, 제품 구매로 이어지게 했어요.
그 결과 페이지 세션은 1,950%, 직접 구매는 150% 상승했어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질 경험을 미리 설계한 거죠.
이렇게 보면 사후 설계는 단순히 성과를 높이는 장치만은 아니에요.
사전에는 내부를 설득할 명분이 되고, 사후에는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례로 남으니까요.
마무리를 하며
세 프로젝트에서 시디즈는 제품도, 타깃도, 언어도,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도 다르게 가져갔어요.
그런데 프로젝트가 달라져도 끝까지 지킨 원칙은 있어요.
이는 시디즈의 모든 활동이 브랜드 경험과 연결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상호 님은 시디즈다움이 모든 경험을 똑같이 만드는 데서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어요.
논현은 다음 매장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알려준 조건이 됐고, 세바시 1회차에서 확인한 한계는 자체 IP의 필요로 이어져 리틀 러너스 랩이 됐어요.
LLL은 행사 이후의 트래픽을 설계하는 법을, 의자레이스는 모집 단계부터 확산을 설계하는 법을 남겼고요.
어느 하나도 처음부터 완성형은 아니었어요.
앞선 시도가 남긴 것이 다음 시도의 조건이 됐고, 그렇게 찍은 점들이 하나씩 이어졌죠.
매장을 찾은 방문객, 컨퍼런스에 온 부모, 공장 트랙을 달린 러너까지 만난 사람은 달랐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인상은 하나였어요.
상호 님이 매번 되돌아갔다는 질문을 우리 프로젝트에 옮겨본다면, 아마 여기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과보다 그 앞의 과정을 솔직하게 듣는 자리.
스위트스팟의 인사이트 오프라인 세션 <SPIN-OFF 26>은 새로운 질문과 함께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