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하필 성수동일까? 아이웨어 브랜드의 공간 전략 해부
요즘 성수동을 걷다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눈에 들어와요. 카페와 편집숍, 뷰티 플래그십스토어 사이사이에 안경 매장이 하나둘 끼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인데요. 그것도 작은 매장이 아니라, 2~4층 규모의 큼직한 공간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요.
젠틀몬스터를 시작으로 블루엘리펀트, 더블러버스, 브리즘, 뷰맵까지. 요즘 뜬다 하는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성수동에 연이어 거점을 마련하면서 아이웨어는 어느새 성수를 가장 또렷하게 채우고 있는 산업군 중 하나가 됐죠.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안경은 원래 동네 상권에서도 충분히 잘 팔리는 제품인데 왜 브랜드들은 굳이 성수동을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왜 단순한 판매 매장이 아니라, 하나같이 ‘경험 공간’에 가까운 형태를 택했을까요?
오늘 야외 근무 보고서에서는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성수동에 모이게 된 이유와 그들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설계하고 있는지 차근히 짚어보려고 합니다🕶️
아이웨어 브랜드는 왜 성수동으로 향했을까?
① 기능에서 패션으로: 점점 커지는 아이웨어 시장
아이웨어는 오랫동안 기능 중심의 시장이었어요. 시력 교정, 착용감, 가격 경쟁력 같은 요소들이 구매를 좌우했죠. 안경은 ‘필요해서 사는 물건’에 가까웠고 한 번 맞추면 꽤 오랫동안 쓰는 제품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시력 교정 도구였던 안경이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거예요. 옷을 바꿔 입듯 안경도 스타일에 맞춰 바꿔 끼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소유하는 소비 패턴이 자연스럽게 확산됐죠.
이 변화는 시장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 안경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안경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4조 7천억 원에 달하며, 이후에도 연평균 4.91%씩 성장해 2034년에는 약 7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시장이 커지자 동시에 브랜드 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고 브랜드 간 경쟁은 자연스럽게 치열해졌어요. 이제는 ‘잘 만든 안경'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환경이 된거죠. 이 지점에서 아이웨어 브랜드들의 고민 방향도 달라졌어요. 브랜드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감도를 느끼고 “이 브랜드, 나랑 잘 어울리겠는데?”라고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쪽으로 넘어온 거예요.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성수동이었어요.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밀집해 있어 폭넓은 타깃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실험적인 공간 연출도 비교적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 지역이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잘 만든 공간 하나가 곧바로 사진과 영상 콘텐츠로 확산되는 구조는 브랜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브랜드 전략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졌고요.
② 해외로 나가지 않고, 글로벌 고객을 만나는 법

브랜드들의 시선을 성수로 끌어당긴 또 하나의 배경은 아이웨어 시장의 글로벌 확장이에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안경테·선글라스 시장은 2025년 약 1,118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에는 약 1,191억 달러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거든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제 국내 시장 안에서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고객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까지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가 곧바로 해외 진출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물류, 유통, 현지 마케팅까지 고려하면 부담도 크고 리스트도 분명하니까요. 이때 브랜드들이 주목한 전략적 선택지가 바로 ‘국내에서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장소’, 성수동이었어요.

실제로 성수동은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지역이에요.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성수동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18년 약 6만 명에서 2024년 약 300만 명으로 급증했는데요. 이처럼 해외 방문객이 꾸준히 몰리면서, 성수동은 자연스럽게 국내 고객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아이웨어라는 카테고리의 특성도 힘을 보탰어요. 한국은 해외에 비해 안경 구매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가격 접근성도 높은 편이거든요. 덕분에 성수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국에서의 경험의 일부로 안경을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죠.
결국 성수동은 아이웨어 브랜드에게 단순히 안경을 많이 팔 수 있는 상권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고객까지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된 셈이에요.
누가누가 더 잘 꾸몄나! ‘공간'으로 경쟁하는 아이웨어 브랜드
성수동에 들어선 아이웨어 브랜드들의 공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겉모습은 제각각이에요. 미래적인 조형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공간도 있고, 갤러리처럼 절제된 분위기를 택한 곳도 있죠. 제조 공정을 전면에 내세운 매장도, 카페와 루프탑을 결합한 체류형 공간도 있고요.
접근 방식은 달라도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모두 비슷해요. 지금 당장 많이 팔기보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이해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죠. 성수의 아이웨어 매장은 전통적인 리테일 공간이라기보다,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신뢰와 호감을 쌓아 선택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오프라인 전환 퍼널에 더 가까워요.
압도감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각인시킨 ‘젠틀몬스터'

작년 9월 성수에 문을 연 젠틀몬스터의 모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은 공식 오픈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어요. 단순히 새로운 매장이 생긴다는 소식보다, 이번에는 어떤 공간을 만들었을까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죠. 실제로 젠틀몬스터의 공간은 안경을 판매하는 매장이라기보다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오브제를 모아둔 전시관에 가까웠어요. 안경은 매대 위에 정렬돼 있지 않고 예술 작품과 어우러져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처럼 배치돼 있었고요.
이런 연출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어요. 젠틀몬스터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브랜드의 세계관에 먼저 들어오게 만드는 전략을 택한 거예요. 공간을 가득 채운 조형물들은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실험적 태도를 말없이 전달하고, 방문객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브랜드의 감도와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죠.
한 방문객은 ‘로봇과 설치 작품을 구경하다가 굿즈를 사서 나오는 느낌이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젠틀몬스터의 공간이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하기 보다는 경험을 통해 선택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머무는 경험을 설계한 ‘블루엘리펀트'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젠틀몬스터가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온 것처럼, 블루엘리펀트 역시 그 흐름을 잇는 전략을 보였어요. 블루엘리펀트는 지난 11월 약 1,000평 규모의 메가 스토어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를 열었는데요. 압도적인 규모는 물론, 성수동에서도 손꼽히는 고가의 월세를 감수하고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죠.
지상 1층부터 루프탑까지 4개 층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안경을 사기 위해 잠깐 들르는 매장이라기보다 오래 머무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복합 공간에 가까워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건 1층 중앙에 자리한 지름 12m 규모의 구 형태 스피어 오브제예요. 이 오브제 안에서는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며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쇼핑보다 공간을 감상하고 경험하는 흐름에 먼저 놓이게 됩니다.
여기에 카페와 루프탑 공간까지 더해지며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는 쇼핑과 휴식,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완성했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공간에 오래 머물게 하고, 그 시간 속에서 브랜드를 익숙하게 만드는 방식을 설계한 거예요.
보이는 기술로 신뢰를 만든 ‘브리즘'

브리즘은 ‘나만의 퍼스널 아이웨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수에 맞춤형 안경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를 운영하고 있어요. 2층 규모로 구성된 플래그십스토어는 매장과 쇼룸, 그리고 실제 안경테 제조가 이뤄지는 파운드리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방문객은 안경을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옆에서 3D 프린터가 안경테를 출력하고 후처리를 거쳐 완제품이 되는 과정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또한 쇼룸에서는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얼굴 3D 스캔, AI 기반 스타일 추천, AR 시착까지 체험할 수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결과를 비교하며 자신의 얼굴에 맞는 안경을 찾을 수 있죠. 안경에 따라붙는 ‘나한테 어울릴까?’라는 불안을 감성적인 연출이 아니라 기술과 제조 과정의 공개로 해소하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계로 채워진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한때 공장과 제조 시설이 밀집했던 성수동의 과거가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는데요. 이러한 공간적 맥락은 브리즘이 지향하는 ‘제조 기반 맞춤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또렷하게 만듭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성수를 채운 아이웨어 브랜드들

이 밖에도 더블러버스는 ‘사랑과 시선’이라는 브랜드 이야기를 하트 오브제와 갤러리 같은 공간 연출로 직관적으로 풀어내며, 공간 자체를 하나의 이미지처럼 기억되게 만들었고요. 뷰맵은 통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가면 조형물로 먼저 호기심을 끌어당긴 뒤, 정품 인증 QR과 품질보증서라는 장치를 통해 “이 안경은 믿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어요.
이렇게 성수동에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확실히 커졌어요. 굳이 안경을 살 생각이 없어도 “여긴 얼마나 신박하게 꾸며놨을까?” 하는 기대감에 매장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추게 되죠. 전시를 구경하듯 한 번쯤은 들여다보고 싶은 공간이 된 느낌이에요!

직접 공간들을 둘러보고 이번 레터를 적으면서 몇 가지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어요. 성수동에는 왜 이렇게 아이웨어 브랜드가 많아졌을까? 그리고 “이 정도까지 한다고…?” 싶을 만큼 인테리어에 진심인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이런 이유들이 겹친 게 아닐까 싶어요.
안경은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이 됐고,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카테고리인 만큼 브랜드의 감도와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오프라인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거죠. 여기에 성수동이라는 동네가 그 메시지를 가장 빠르고, 가장 크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면서 브랜드들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이어진 게 아닐까 싶고요.
성수동에 놀러 갈 일이 있다면 오늘 소개해드린 공간들도 함께 구경해보는 건 어떠세요? 직접 보고 분위기를 느끼다 보면 질문에 대한 각자만의 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의 야외 근무 보고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또 다음 트렌드를 찾으러 성수 어딘가를 걷고 있을게요🚶
그럼 다음에 더 알찬 인사이트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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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성수동일까? 아이웨어 브랜드의 공간 전략 해부
요즘 성수동을 걷다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눈에 들어와요. 카페와 편집숍, 뷰티 플래그십스토어 사이사이에 안경 매장이 하나둘 끼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인데요. 그것도 작은 매장이 아니라, 2~4층 규모의 큼직한 공간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요.
젠틀몬스터를 시작으로 블루엘리펀트, 더블러버스, 브리즘, 뷰맵까지. 요즘 뜬다 하는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성수동에 연이어 거점을 마련하면서 아이웨어는 어느새 성수를 가장 또렷하게 채우고 있는 산업군 중 하나가 됐죠.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안경은 원래 동네 상권에서도 충분히 잘 팔리는 제품인데 왜 브랜드들은 굳이 성수동을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왜 단순한 판매 매장이 아니라, 하나같이 ‘경험 공간’에 가까운 형태를 택했을까요?
오늘 야외 근무 보고서에서는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성수동에 모이게 된 이유와 그들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설계하고 있는지 차근히 짚어보려고 합니다🕶️
아이웨어 브랜드는 왜 성수동으로 향했을까?
① 기능에서 패션으로: 점점 커지는 아이웨어 시장
아이웨어는 오랫동안 기능 중심의 시장이었어요. 시력 교정, 착용감, 가격 경쟁력 같은 요소들이 구매를 좌우했죠. 안경은 ‘필요해서 사는 물건’에 가까웠고 한 번 맞추면 꽤 오랫동안 쓰는 제품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인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시력 교정 도구였던 안경이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거예요. 옷을 바꿔 입듯 안경도 스타일에 맞춰 바꿔 끼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소유하는 소비 패턴이 자연스럽게 확산됐죠.
이 변화는 시장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 안경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안경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4조 7천억 원에 달하며, 이후에도 연평균 4.91%씩 성장해 2034년에는 약 7조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시장이 커지자 동시에 브랜드 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고 브랜드 간 경쟁은 자연스럽게 치열해졌어요. 이제는 ‘잘 만든 안경'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환경이 된거죠. 이 지점에서 아이웨어 브랜드들의 고민 방향도 달라졌어요. 브랜드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감도를 느끼고 “이 브랜드, 나랑 잘 어울리겠는데?”라고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쪽으로 넘어온 거예요.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성수동이었어요.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밀집해 있어 폭넓은 타깃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실험적인 공간 연출도 비교적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 지역이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잘 만든 공간 하나가 곧바로 사진과 영상 콘텐츠로 확산되는 구조는 브랜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브랜드 전략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졌고요.
② 해외로 나가지 않고, 글로벌 고객을 만나는 법

브랜드들의 시선을 성수로 끌어당긴 또 하나의 배경은 아이웨어 시장의 글로벌 확장이에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안경테·선글라스 시장은 2025년 약 1,118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에는 약 1,191억 달러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거든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제 국내 시장 안에서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고객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각인시킬 것인가까지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가 곧바로 해외 진출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물류, 유통, 현지 마케팅까지 고려하면 부담도 크고 리스트도 분명하니까요. 이때 브랜드들이 주목한 전략적 선택지가 바로 ‘국내에서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장소’, 성수동이었어요.
실제로 성수동은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지역이에요.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성수동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수는 2018년 약 6만 명에서 2024년 약 300만 명으로 급증했는데요. 이처럼 해외 방문객이 꾸준히 몰리면서, 성수동은 자연스럽게 국내 고객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아이웨어라는 카테고리의 특성도 힘을 보탰어요. 한국은 해외에 비해 안경 구매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가격 접근성도 높은 편이거든요. 덕분에 성수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국에서의 경험의 일부로 안경을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죠.
결국 성수동은 아이웨어 브랜드에게 단순히 안경을 많이 팔 수 있는 상권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고객까지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된 셈이에요.
누가누가 더 잘 꾸몄나! ‘공간'으로 경쟁하는 아이웨어 브랜드
성수동에 들어선 아이웨어 브랜드들의 공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겉모습은 제각각이에요. 미래적인 조형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공간도 있고, 갤러리처럼 절제된 분위기를 택한 곳도 있죠. 제조 공정을 전면에 내세운 매장도, 카페와 루프탑을 결합한 체류형 공간도 있고요.
접근 방식은 달라도 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모두 비슷해요. 지금 당장 많이 팔기보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이해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죠. 성수의 아이웨어 매장은 전통적인 리테일 공간이라기보다,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신뢰와 호감을 쌓아 선택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오프라인 전환 퍼널에 더 가까워요.
압도감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각인시킨 ‘젠틀몬스터'
작년 9월 성수에 문을 연 젠틀몬스터의 모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은 공식 오픈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어요. 단순히 새로운 매장이 생긴다는 소식보다, 이번에는 어떤 공간을 만들었을까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죠. 실제로 젠틀몬스터의 공간은 안경을 판매하는 매장이라기보다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오브제를 모아둔 전시관에 가까웠어요. 안경은 매대 위에 정렬돼 있지 않고 예술 작품과 어우러져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처럼 배치돼 있었고요.
이런 연출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어요. 젠틀몬스터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브랜드의 세계관에 먼저 들어오게 만드는 전략을 택한 거예요. 공간을 가득 채운 조형물들은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실험적 태도를 말없이 전달하고, 방문객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브랜드의 감도와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죠.
한 방문객은 ‘로봇과 설치 작품을 구경하다가 굿즈를 사서 나오는 느낌이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젠틀몬스터의 공간이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하기 보다는 경험을 통해 선택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머무는 경험을 설계한 ‘블루엘리펀트'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젠틀몬스터가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온 것처럼, 블루엘리펀트 역시 그 흐름을 잇는 전략을 보였어요. 블루엘리펀트는 지난 11월 약 1,000평 규모의 메가 스토어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를 열었는데요. 압도적인 규모는 물론, 성수동에서도 손꼽히는 고가의 월세를 감수하고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죠.
지상 1층부터 루프탑까지 4개 층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안경을 사기 위해 잠깐 들르는 매장이라기보다 오래 머무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복합 공간에 가까워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건 1층 중앙에 자리한 지름 12m 규모의 구 형태 스피어 오브제예요. 이 오브제 안에서는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며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쇼핑보다 공간을 감상하고 경험하는 흐름에 먼저 놓이게 됩니다.
여기에 카페와 루프탑 공간까지 더해지며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는 쇼핑과 휴식,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완성했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공간에 오래 머물게 하고, 그 시간 속에서 브랜드를 익숙하게 만드는 방식을 설계한 거예요.
보이는 기술로 신뢰를 만든 ‘브리즘'
브리즘은 ‘나만의 퍼스널 아이웨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성수에 맞춤형 안경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브리즘 파운드리 성수’를 운영하고 있어요. 2층 규모로 구성된 플래그십스토어는 매장과 쇼룸, 그리고 실제 안경테 제조가 이뤄지는 파운드리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방문객은 안경을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옆에서 3D 프린터가 안경테를 출력하고 후처리를 거쳐 완제품이 되는 과정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또한 쇼룸에서는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얼굴 3D 스캔, AI 기반 스타일 추천, AR 시착까지 체험할 수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결과를 비교하며 자신의 얼굴에 맞는 안경을 찾을 수 있죠. 안경에 따라붙는 ‘나한테 어울릴까?’라는 불안을 감성적인 연출이 아니라 기술과 제조 과정의 공개로 해소하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계로 채워진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한때 공장과 제조 시설이 밀집했던 성수동의 과거가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는데요. 이러한 공간적 맥락은 브리즘이 지향하는 ‘제조 기반 맞춤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또렷하게 만듭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성수를 채운 아이웨어 브랜드들
이 밖에도 더블러버스는 ‘사랑과 시선’이라는 브랜드 이야기를 하트 오브제와 갤러리 같은 공간 연출로 직관적으로 풀어내며, 공간 자체를 하나의 이미지처럼 기억되게 만들었고요. 뷰맵은 통창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가면 조형물로 먼저 호기심을 끌어당긴 뒤, 정품 인증 QR과 품질보증서라는 장치를 통해 “이 안경은 믿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어요.
이렇게 성수동에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확실히 커졌어요. 굳이 안경을 살 생각이 없어도 “여긴 얼마나 신박하게 꾸며놨을까?” 하는 기대감에 매장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추게 되죠. 전시를 구경하듯 한 번쯤은 들여다보고 싶은 공간이 된 느낌이에요!
직접 공간들을 둘러보고 이번 레터를 적으면서 몇 가지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어요. 성수동에는 왜 이렇게 아이웨어 브랜드가 많아졌을까? 그리고 “이 정도까지 한다고…?” 싶을 만큼 인테리어에 진심인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이런 이유들이 겹친 게 아닐까 싶어요.
안경은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템이 됐고,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카테고리인 만큼 브랜드의 감도와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오프라인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거죠. 여기에 성수동이라는 동네가 그 메시지를 가장 빠르고, 가장 크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면서 브랜드들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이어진 게 아닐까 싶고요.
성수동에 놀러 갈 일이 있다면 오늘 소개해드린 공간들도 함께 구경해보는 건 어떠세요? 직접 보고 분위기를 느끼다 보면 질문에 대한 각자만의 답이 자연스럽게 떠오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의 야외 근무 보고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또 다음 트렌드를 찾으러 성수 어딘가를 걷고 있을게요🚶
그럼 다음에 더 알찬 인사이트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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